• [광주 퀴어축제 참가 후기]"전두환·노태우·게이새끼"가 '5월 정신'은 아니겠죠
  •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 미취여신 | 2018.10.25 12:52 | 조회 184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 김영빈

    관련사진보기

      
    광주에 새로운 인권의 길이 열렸다. 민주, 평화, 인권을 외치는 광주정신이 성소수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전국의 많은 이들이 광주로 모였고, 퀴어(성소수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다시 상기했다. "우리는 존재하고,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 광주시민들에게 이토록 상징적인 공간이 또 있을까. 이곳에서 퀴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감격할 만하다. 5월 영령들이 피땀으로 지킨 민주화의 성지에서 새로운 인권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 물꼬가 트인 것만으로 이 축제는 성공적이다. 운영위 분들, 참가자들에게 감사하다. 축제장과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준 경찰분들에게도.

    특히 청소년들이 많았던 것이 인상 깊었다. 참가자를 나이로 구분 짓고 싶지는 않지만, 젊은 세대에겐 이미 퀴어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았다.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가 보란 듯이 손을 잡고, 서로를 마주보며 속삭이는 모습들. 그 용기 있는 사랑은 곧 역사가 되고 세상은 그렇게 진보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렵다. 퀴어에 대한 오해와 혐오발언이 행사장 외곽에서 끝없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왜 성소수자를 위해 이 공간을 내어주어야 하는지, 왜 하필 축제의 형태인지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욕설 및 과격한 행동으로 경찰의 제지를 받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집으로 복귀하는 길에는 혐오세력과 잠깐의 대치가 있었는데, 그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내색은 안 했지만 많이 무서웠다. 과연 그들은 퀴어들이 무서울까.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1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5.18민주광장)에서 열렸다.
    ⓒ 김영빈

    관련사진보기

      
    아쉬웠던 점도 있다. 축제를 사흘 앞둔 지난 18일 '5.18구속부상자회 비상대책위'는 "신성한 5.18민주광장에서 퀴어행사가 웬말이냐"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축제 현장에서도 누군가의 충격적인 구호가 내 귀에 꽂혔다.

    "전두환은 물러가라! 노태우는 물러가라! 게이새끼 물러가라!"

    사실 '5월 정신'이 무엇인지 유려하게 설명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저 구호가 5월 정신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축제 후 나왔던 기사들도 아쉬웠다. 많은 기사들이 '광주 첫 퀴어축제, 찬반갈등'과 같은 제목을 달고 있었다. 성소수자가 찬반의 영역일까. 사회적 약자에게 혐오 표현을 쏟아내는 것이 '반대'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한 축을 이루는 게 맞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약자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여성이 불법촬영 걱정 없이 안전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해도 희화화되거나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

    이 문제를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사회적 책임을 방조한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고, 폭력을 의견으로 포장하는 혐오문화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내가 존엄한 인간이라면 퀴어도 그래야한다. 그들의 정체성은 죄도, 질병도, 유희도, 극복의 대상도 아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곁에 존재하는 퀴어들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적 시선이다.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려 참가자들이 주변 도심을 행진하자 이를 막으려는 단체와 경찰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  21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퀴어문화축제가 열려 참가자들이 주변 도심을 행진하자 이를 막으려는 단체와 경찰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퀴어축제는 소중하다. 본인의 정체성을 세상에 외치고, 그 외침을 온전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대이기에 소중하다. 오늘 그들이 외쳤던 춤과 노래, 구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 억압에 맞서 해방을 외치는 것. 그것을 보란 듯이, 누구보다 즐겁게 외칠 것이다. 모두가 이 리듬에 맞춰 흥얼거리고,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사랑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누구도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할 권리가 없다. 당신들이 믿는 게 신이든, 부모이든 관심 없다. 다만,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사상으로 인권을 짓밟지 말았으면 한다. 틀린 건 퀴어가 아니라 혐오자의 믿음이다.


    참고로 이 기사는 서현동창으로 유명한 김영빈님이 쓰신거라네여ㅎㅎ
    수정 삭제 목록
    286개(1/41페이지)
    기사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다음 글쓰기새로고침
    조아요닷컴소개 | 홈페이지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제휴/광고문의 | English Board | 중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러시아스페인핀란드일본미국한국
    조아요닷컴의 사전 동의 없이 조아요닷컴의 정보,콘텐츠 및 등을 상업적 목적으로 무단 사용할 수 없습니다.
    조아요닷컴에 등록된 이미지와 게시물의 내용은 건전성과 공익성 그리고 재미를 최우선에 두고 있으며 그에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 발견시 바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신고/문의/건의는 민원실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민원실 바로가기]
    Copyrights ⓒ 2018 zoayo.com All Rights Reserved. (Excute Time 0.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