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맨스와 로맨스│그건 브로맨스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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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취여신 | 2018.02.06 22:53 | 조회 624

    브로맨스와 로맨스│그건 브로맨스가 아닙니다

    2017.05.30
    영화 ‘불한당’에서 한재호(설경구)와 조현수(임시완)의 관계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범죄자와 경찰이라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끌린다. 재호가 타인을 절대 믿지 않으면서도 현수만은 자신의 곁에 있기를 바라고, 현수가 그에게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관계는 비극적인 연인과도 같다. 언론시사회에서 ‘불한당’의 연출자 변성현 감독 역시 “저는 이 영화를 계속해서 멜로영화라고 이야기했었다. 사실 준비하면서도 느와르보다는 멜로를 더 많이 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설경구 역시 제작보고회에서 “브로맨스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저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임시완이라는 배우와 사랑도 하고 질투도 했다”고 밝혔고, 재호의 친구이자 조직의 3인자 역할을 맡은 김희원은 “저는 설경구 선배를 짝사랑했던 것 같다. 브로맨스에 제가 빠지기는 좀 아쉽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브로맨스가 아니라.

    변성현 감독은 한재호의 캐릭터에 대해 “‘저 양반, 남색도 하고 여색도 해’라는 게 있었다. 투자사에서 너무 그 부분을 강조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뺐다(스타뉴스)”고 말했다. 한재호가 성소수자라는 설정을 드러냈다면 캐릭터들의 관계성은 보다 명확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남자들의 브로맨스가 아닌 사랑 이야기는 당장 투자를 받을 가능성부터 낮아진다. 영화 홍보대행사 A 팀장은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밀크’처럼 동성애가 영화의 주제가 아닌 이상, 굳이 그 요소를 강조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원작 역시 ‘BL(Boys Love)’의 성격이 강하지만, 영화화되면서 이런 요소들은 아예 삭제됐다. 대신 홍보나 마케팅 과정에서 ‘브로맨스’는 보다 강조된다. ‘불한당’은 ‘설에임’이라는 커플명까지 언급하며 캐릭터의 관계를 브로맨스로 설명했고,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군신 브로맨스’, ‘보안관’은 ‘꽃아재 브로맨스’로 홍보됐다. 1980년대의 시대상을 담은 ‘보통사람’의 주연 손현주 역시 홍보 과정에서 ‘뜻밖의 브로맨스 장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영화 프로듀서 B는 브로맨스에 대해 “80-90년 초반 유행하던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도 ‘남성들 간의 의리 내지 사랑’을 강조했다. 경찰, 조직폭력배 등 동성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이 등장하는 영화가 유행하며 나타난 장르적 특성”이라며 “영화에서 로맨스는 남녀 간의 사랑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개나 고양이, 인공지능이 나오는 영화도 로맨스에 속한다. 브로맨스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브로맨스는 동성애와는 구분되는 의미로 사용되며, 남성 집단이 나오는 영화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각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예능 등 남성 출연자가 둘 이상 등장하는 콘텐츠에는 예외 없이 브로맨스가 등장한다. 드라마 tvN ‘시카고 타자기’, JTBC ‘맨투맨’, SBS ‘수상한 파트너’ 등에서 남성 주연들의 관계가 여성 주연의 존재감을 위협할 만큼 친밀하게 그려진다. 예능 프로그램인 tvN ‘공조7’은 ‘강제 브로맨스 배틀’을 콘셉트로 내세우기까지 한다. 남성 중심의 대중문화에서 브로맨스는 그들만의 연대를 뜻하는 말이 됐다.

    이처럼 브로맨스가 대중화되면서, 동성애는 대중문화 산업에서 전보다 더욱 배제된다. 그 어느 때보다 동성애적 코드를 담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지만, 수많은 대중문화 콘텐츠는 동성애라고 설명해야 할 이야기마저 브로맨스라는 카테고리에 욱여넣는다. 영화 투자사 C 과장은 “요즘은 관객들이 원톱 주연보다는 투톱 주연을 선호하고, 다양한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를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 브로맨스는 이러한 케미스트리를 뜻하는 것일 뿐, 동성애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남자 배우들의 관계는 강조하지만, 제작사와 투자자는 그것이 결코 동성애는 아니라고 애써 강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퀴어적 코드는 아예 유머로 활용되고, 마케팅을 위한 미끼처럼 소비된다. tvN ‘도깨비’ 초반 공유와 이동욱이 아웅다웅하는 장면은 필요 이상으로 자주 노출됐고, 영화 ‘공조’에서 현빈과 유해진이 차량 안에서 본의 아니게 밀착 스킨십을 하는 장면은 성적인 은유를 담으면서도 농담의 소재로만 활용됐다. 물론 퀴어물이 아니더라도 퀴어적 코드가 등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동성의 로맨스를 브로맨스라는 코드로 지우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경우는 이제 ‘불한당’처럼 퀴어라는 설정 자체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기만을 넘어 폭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A 대위가 영외에서 동성의 연인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현실이라면 더욱 그렇다. 


    브로맨스와 로맨스│‘브’로맨스일까, 로맨스일까

    2017.05.30
    남자 연예인이 둘 이상만 있으면 쉽게 붙는 수식어, 브로맨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중문화 키워드 중 하나로, 당장 유명 포털 검색창에 ‘브로맨스’를 치면 무려 4만 3천 건에 육박하는 기사가 뜬다. 그러나 이 단어는 남성들 간의 모든 심리적, 육체적 교감을 멋들어진 의리 선언으로 일원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리 안에서, 모두는 안전하다. 어떤 대사를 읊어도, 어떤 스킨십을 해도 로맨스가 아니라고 우기면 그만이니까. ‘브로맨스’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했던 세 편의 드라마, 세 편의 영화를 모았다. 대체 무엇이 로맨스이고 무엇이 브로맨스인지는 읽는 이의 판단에 맡긴다.


    tvN ‘도깨비’
    홍보 문구: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드디어 죽는 거야? 소문은 신부가 나타나면 죽는다던데.” 신부가 가슴에 박힌 칼을 뽑아주면, 도깨비 김신(공유)은 영생의 저주에서 풀려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칼을 뽑을 도깨비 신부보다 더 찜찜한 표정의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저승사자 왕여(이동욱)다. 덕수궁 돌담길 근처에서 눈이 마주친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직감적으로 서로의 정체를 알아채지만, 과거의 기억이 지워진 탓에 호연인지 악연인지 쉽게 깨닫지 못한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소소한 말다툼으로 하루를 보낸다. 어울리는 옷과 소품을 골라달라며 상대를 조르기도 한다. 하지만 비극은 결국 찾아온다. “나를 어찌해야 할까. 그자를 어찌해야 할까.” 과거의 연을 기억해낸 도깨비 김신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린다. 마찬가지로 수백 년 전의 기억이 떠올라 죄책감에 휩싸인 왕여는 자신의 멱살을 잡은 김신을 보고 애절하게 울먹인다. “내가, 내가 너를 죽였어.”

    JTBC ‘맨투맨’

    홍보 문구: “계획된 작전, 계획되지 않은 팀플레이! 비공식 스파이 로맨스”

    “죽든 말든 상관없는데, 일단 살려놔야지. 지금 죽으면 귀찮아지니까.” 교통사고 경위를 조사해달라는 김설우(박해진)에게 선배 요원이 “너 여운광(박성웅)하고 벌써 정들었냐?”고 묻자 날아온 답변이다. 국정원 비밀 임무를 위해 톱배우 여운광의 경호원으로 위장 취업한 김설우는 용병 출신답게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여운광을 극적으로 살려내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불편한 스캔들을 대신 정리해주기도 한다. 그 모습을 쭉 지켜본 여운광은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우리 김 가드가 날 24시간 밀착 경호해줬으면 싶은데.” 돈도 원하는 만큼 준다. “김 가드가 원하는 만큼이 내가 원하는 만큼이야.” 24시간 경호에는 다음과 같은 일이 따라붙는다. 1. 택배 받으러 나갈 때 함께 가기 2. 대사 연습할 때 여주인공 역할 대신 해주기 3. 함께 침대에 누워 손잡고 마스크팩 하기. 주변 스태프들끼리는 이렇게 수군거린다. “잠옷도 입혀주니?”

    tvN ‘시카고 타자기’

    홍보 문구: “낡은 타자기에서 시작된 사랑의 기적”

    “너 때문에 내 인생은 혼돈에 빠져버렸는데!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으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냐!” 한세주(유아인)가 타자기를 보며 소리친다. 그는 타자기 속에 사는 유령 유진오(고경표)를 찾고 있다. 앞서 유진오는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에게 찾아와 전생에 함께 독립운동 하던 기억을 소설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이 타자기에 발이 묶여 환생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 처음에는 매몰차게 거절했지만, 갑자기 유진오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한세주는 허전함을 느낀다. 결국 그는 낡은 타자기를 보면서 애처롭게 중얼거린다. “어이, 유진오 거기 있냐?”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암시하는 소품은 타자기가 아니라 ‘개 목줄’이다. 개에 빙의해 한세주를 몰래 따라다니던 유진오는 그를 올려다보며 슬쩍 말을 걸고, 목줄에 묶인 개는 어느새 목줄에 묶인 남자로 바뀌어 있다. 대화 내용은 능글맞은 유령과 약 오른 인간의 신경전이지만, 구도가 좀….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홍보 문구: “사건 쫓는 임금 X 임금 쫓는 신입 사관”

    “이제 내 곁에서 5보 이상 떨어지지 말거라.” 예종(이선균)은 한 번 본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 신입 사관 윤이서(안재홍)를 자신의 수사 파트너로 택했다. 그는 윤이서에게 자신에게서 다섯 걸음 이상 떨어지면 안 된다는 어명을 내리고, ‘오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윤이서는 “조선 제일의 왕이랑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고 능청스레 웃는 예종을 보며 마뜩찮은 표정을 지을 정도로 용감한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왕과 신하의 관계가 으레 그렇듯, 윤이서의 반항은 오래가지 못한다. 능청스런 왕은 윤이서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삐친 척 장난을 치기도 하고, 뛰어난 카드 마술 실력으로 그를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참고로 영화 홍보 차 두 사람이 출연했던 tvN ‘택시’에서는 ‘이선균의 브로맨스’ 상대로 학창 시절에 친했던 오만석을 ‘구남친’, 안재홍을 ‘현남친’으로 소개한 바 있다.

    영화 ‘공조’

    홍보 문구: “한 팀이 될 수 없는 그들이 만났다”

    “아, 하이고….”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는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북한 형사 임철령(현빈)을 붙잡아 두려다 당혹스런 상황에 처한다. 수갑을 나눠 끼고 운전석에 타려니 스킨십이 불가피해졌기 때문. 결국 그는 임철령의 허벅지 위로 몸을 구겨 넣고, 어두컴컴한 화면에는 닿을 듯 말 듯 한 두 사람의 얼굴이 비친다. 좁은 곳을 비집고 들어가느라 터져 나온 불편한 신음소리는 덤이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은 강진태의 집과 차를 오가며 동고동락하다 어느새 정이 든다. 처음에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한 가지 정보라도 더 캐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이제 강진태는 임철령을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경찰의 태도에 울컥 성질을 낸다. “빨긴 뭘 자꾸 빨라고 그래, 걔가 쭈쭈바야?”

    영화 ‘불한당’

    홍보 문구: “믿음의 순간 배신은 이미 시작되었다!”

    “애가 착해서 그래.” 영화의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한재호(설경구)의 시선 끝에 머무는 건 항상 조현수(임시완)다. 한재호는 잔인한 싸움을 반복하며 구치소의 왕으로 군림하지만, 조현수가 자신에게 대들 때만큼은 그저 다독이려고 애를 쓸 뿐, 절대 위협이 될 만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속한 범죄조직으로 조현수를 데려오고, 주변에서 질투할 만큼 끔찍하게 챙긴다. 사실 영화 속 건달들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무색할 정도로 그저 배신, 또 배신의 연속이다. 이런 세상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온 한재호가 “형, 나 못 믿어?”라고 소리치는 조현수에게는 너무도 쉽게 곁을 내준다. 이 감정은 정말, 동생에 대한 믿음뿐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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