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애든 이성애든 사랑은 무조건 축복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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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취여신 | 2016.09.18 21:30 | 조회 1037

    "동성애든 이성애든 사랑은 무조건 축복할 일"

    한기연 주최 강연회서 현경 교수 주장…무관심과 멸시 넘어 차별에 맞서 싸우자
    "기독교 안의 동성애 혐오가 수많은 동성애자를 죽음으로 몰고 있다."
    "사랑은 무조건 축복할 일이다. 결코 저주할 일이 아니다. 사랑을 막는 것이 죄다."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가 6월 18일 저녁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요된 침묵, 기독교 안의 동성애-입을 떼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강연회에서 나온 파격적인 주장이다.

      
    ▲ 이날 강연회에서 발표한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동성애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이날 강연회에서 발표한 현경 교수(미국 유니온신학대), 곽라분이 회장(씨알여성회), 김윤성 연구위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은 한 목소리로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기독교에 문제를 제기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사람들 역시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지지했다. 가장 앞자리에서 동성애를 배척하는 집단으로 알려진 한국교회 안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 3시간 넘게 계속 이어졌다.

    김윤성 연구원은 종교사적인 측면에서 세계 여러 종교의 전통 안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태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곽라분이 회장은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는 성경 구절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해석상의 오류를 지적했다. 현경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들어 사랑을 막는 것이 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동성애 혐오하는 기독교를 혐오한다(?) 

      
    ▲ 레즈비언 제자를 생각하면 쓴 시 '그녀 속의 노파'를 낭독하는 현경 교수.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보기 드물게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강연회의 첫 무대는 현경 교수가 장식했다. 그녀는 최근 미국 여성주의 작가 앨리스 워커와 공동작업으로 펴낸 시집 「神나는 연애」 중에서 자신의 레즈비언 제자에게 바치는 시 '그녀 속의 노파'를 낭송하며 강연회 문을 열었다.

      
    ▲ 이자람 씨. 그는 기독인으로 동성애 문제를 대하는 한기총의 모습을 보며 답답하고 부끄러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이어서 <한겨례> 기획의원 홍세화 씨의 동영상이 상영됐다. 그는 "어떤 사람의 발언이나 행동은 비판 가능하지만, 존재 자체는 비판이 불가능하다"는 전제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보다 기독교전통이 훨씬 깊은 프랑스나 네덜란드가 동성애에 관대한 것을 거론하며 "한국기독인도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억압에 맞서 싸우는 것이 기독교의 참 정신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예솔이'로 널리 알려진 국악인 이자람 씨는 기독인 입장에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모태신앙인이라 밝힌 이자람 씨는 "교회 안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하는데, 한기총의 이야기를 들으며 답답하고 부끄러웠다"며 "예수님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뭐라고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 두 곡을 불렀다.

    역시 자신을 기독인이라고 소개한 홍석천 씨는 커밍아웃(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외부에 밝히는 것) 이후 겼었던 고통을 말해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이 기독교인이지만 지금은 교회에 잘 나가지 못한다"며 "커밍아웃 이후 가장 많은 협박전화와 전자우편을 보낸 것이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 예굿의 공연 모습. '비나리'에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는 염원을 담았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기독교 풍물패 '예굿'은 동성애자들을 평등하게 대할 것을 구하는 '비나리'로 큰 박수를 받았다. 장고와 꽹가리로 흥을 돋운 두 사람은 "이성이나 동성이나 차별 없이 사랑하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향린교회 김경호 목사는 차별과 억압을 없애는 것이 진정한 기독교 정신임을 강조했다. 다양성을 상징하는 색색의 천으로 퍼포먼스를 펼친 한기연의 공연을 끝으로 사전공연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강연회가 시작됐다.

      
    ▲ 한기연 회원들이 펼친 퍼포먼스. 색색의 천은 다양성을 상징한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커밍아웃 이후, 기독인들의 비난이 가장 거셌다

      
    ▲ '종교사적 관점으로 바라본 동성애'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김윤성 연구위원.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종교사적 관점으로 바라본 동성애'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윤성 연구위원은 각 종교가 동성애를 대하는 태도가 상이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를 철저한 죄악으로 단죄한 종교로 '3대 유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들었다. 또한 동성애를 '죄악'이 아닌 '수치'로 간주하던 종교로 동아시아의 종교를 소개했다. 동성애가 일반적 관습으로 널리 행해지고 종교적 실천이나 영적 추구의 방편으로 활용되는 종교도 있었다.

    그는 유일신교 안에서도 중세까지만 하더라도 사회 전반에 다양한 동성애가 존재했으며 이것이 대체로 용인되는 분위기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성애를 단죄하는 분위기는 기독교 전반의 특성이 아니라 특정 사회, 시대, 지역에 국한된 것임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각 종교가 동성애 원인을 설명하는 논리를 제시하며, 이러한 논의 자체가 가진 허구성을 고발했다. 동성애의 원인을 선천적인 것으로 보든, 아니면 후천적인 것으로 생각하든, 원인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보는 편견에서 나온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동성애의 원인에서 현상으로, 동성애의 결과에서 현존으로 관심이 옮아가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의 근본주의 지도자 '제리 팔웰'이 한 발언을 인용하며 동성애가 타자를 배척하고 비난하는 기제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이게 다 이교도들, 낙태론자들, 페미니스트들, 동성애자들, 미국시민자유연합 따위가 미국을 세속화하려 들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나는 그들의 면전에 대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다 당신들 탓이라고…. 이 때문에 하나님께서 미국을 지켜주시던 장막을 거두고 계십니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일어날 더 무시무시한 일들의 전조일 뿐입니다."

    그는 결론으로 동성애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적임을 지적했다. 노골적인 이성애중심주의나 동성애공포증 등으로 나타나는 가시적인 억압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과 무의식 속에 던지는 멸시라는 것이다.

    무관심과 멸시가 더 무서운 적

      
    ▲ '동성애에 대한 성서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씨알여성회 곽라분이 회장.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동성애에 대한 성서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곽라분이 회장은 동성애를 단죄한다고 알려진 성경 구절들에 해석상의 오류가 있음을 강조했다.

    곽라분이 회장은 동성애를 가장 강력하게 비난하는 구절로 알려진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의 경우, ***룻이 마을 사람들에게 자기 딸을 주겠다고 한 점을 보아 이들은 동성애자가 아니라 양성애자 혹은 이성애자다 ***성경에서 소돔과 고모라의 죄를 명백하게 동성애로 명기한 부분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 구절이 동성애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명기와 레위기에 등장하는 동성애 관련 구절은 성(性)을 생산 수단으로만 생각하던 당시 유대사회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생명을 탄생시키지 않는 모든 성관계를 죄악시했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동성애를 죄로 봤던 것인데, 이를 가지고 지속적이고 영적·정신적 가치들이 적용되는 오늘날의 동성애에 반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울의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곽라분이 회장은 예수가 동성애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신약성경에서 동성애로 번역한 부분은 정확히 동성애 의미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곽라분이 회장은 결론은 "성서 해석의 최종적인 권위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야 한다"는 것. 율법의 시각으로 성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몸소 보이신 사랑의 관점으로 모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돔과 고모라, 동성애 때문에 멸망한 것 아니다?

      
    ▲ 현경 교수의 발표 장면.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마지막으로 발표한 현경 교수는 40분이 넘는 강연 내내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수 차례 박수가 터졌고, 강연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환호성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현경 교수의 강연은 2003년 자살한 동성애자 '육우당'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현경 교수는 동성애 원인에 대한 논란을 넘어서, "성은 유동적인 것이고 선택의 영역이다"는 주장으로 나아갔다. "남성이나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사랑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의 경험 두 가지를 들며 동성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신학교에서 만났던 레즈비언 친구 게일은 어려서부터 여성만 사랑해 교회에서 버림받고 자살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다 죽음의 순간 하나님을 만나 지금은 성공회 신모(神母)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동성애자교회로 널리 알려진 '메트로폴리탄커뮤니티교회'에서 설교한 경험도 재미있는 일화였다. 현경 교수는 '메트로폴리탄커뮤니티교회'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며 "싫다는 사람 옆에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성경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나왔다. 현경 교수의 답은 이렇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인가.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들어 있는 상징이요 은유다. 성경 자체를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말하는 순간 성경우상주의에 빠진다.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예수님은 두벌 옷을 가지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는가. 성경은 규범서가 아니다."

    성경은 하나님 말씀인가? 

      
    ▲ 이날 강연회에는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동성애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는 그동안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날 강연회에 모인 500명이 넘는 사람들은 마치 "교회 안에 우리들도 있다"라고 외치는 듯했다. 율법의 차원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 자유의 관점에서 동성애자들을 바라 볼 것을 주장하는 이들 앞에 한국교회는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무려 2004년도의 기사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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