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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빛 | 2018.03.07 21:46 | 조회 637 | 공감 0 | 비공감 0
    "난 그런 취향이 아니야."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내 지난 2년간의 짝사랑이 2분만에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결말은 언제나 왜이리 짧고 아쉬운 것일까 생각하면서도 2년이란 시간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상쾌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새벽 2시 공원 벤치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앉은 우리 두 청년을 본 누군가가 있다면 분명 심상치않은 기류를 느꼈으리라. 2년을 준비한 회심의 일격에 폭발할 것만 같았던 내 심장박동수는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고있었다. 이어서 그동안 아주 길고도 고독했던 기간동안 옆에서 나를 고문(?)했던 그 ××가 패고싶을 정도로 미워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거절당한건 난데 나보다 더 나라잃은 조선백성의 얼굴을 한 이 ××의 태도에 난 더이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냥 장난이라고 할까? 쿨한척 해볼까? 수십가지의 생각이 내 머리를 회전하고 있을 때 일단 무슨말이든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잡을 수만 있다면!!

    "그래, 알겠어. 별로 신경쓰지마. 집에가자."

    내가 먼저 앞장 서 공원을 걸었다. 그 녀석도 마찬가지로 여러생각들이 머리위에서 회전목마를 그려냈는지 어색한 행동과 표정, 대답을 뱉어내고 있었다. 난 에라모르겠다는 식으로 아까 술안주로 먹었던 막창의 맛에 대해서 실컷 떠들어댔다. 공원을 벗어나던 길은 내 목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무미건조한 그녀석의 대답과 함께.


    우리는 공원입구에서 헤어졌다. 멋쩍은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려 제 갈길을 걸어갔다. 난 그제서야 내가 거절당했고 지난 2년간은 뻘짓을 했으며 이제 그 녀석과도 이전처럼 지낼 수 없다는걸 실감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느끼게될 거절당한 사람만이 알 수있는 씁쓸함과 우울함이 오로지 내 몫이라는 것에 더 절망스러웠다. 새벽 2시가 넘었음에도 택시들은 손님을 찾아 달리고 취객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나의 세상에서 홀로 거리를 걷고 있을뿐이었다.


    나는 많이 헷갈려했다. 짝사랑 하는 동안 그 녀석은 과감하고 감질맛나는 행동을 하며 내 촉을 건드렸다. 난 그걸신호로 받아들였고 내 마음도 물감번지듯 빠르게 커져만갔다. 그런데 누군가 육감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했던가? 그 육감이 나에게는 분명 존재하지않았나보다. 이거 제대로 잘못짚었다.

    이미 모든게 끝난 지금, 이제와서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그 녀석의 행동이 꼭 신호였던 것은 아닌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그냥 친구끼리도 할 수 있는 장난, 관심, 표현.. 이 정도였나? 연정이 연인들 간의 사랑이라면 우정은 친구끼리의 사랑이라고도 했던가? 그래, 우리는 누구보다 진한 우정을 다진 사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대뇌회로는 그것을 연정으로 변환해 데이터를 처리했고 마침내 2년을 준비한 회심의 일격을 날린것이다. 즉 그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에 나혼자 의미를 부여하며 신호로 받아들인 것, 왜? 난 이미 그 녀석을 짝사랑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애초에 내가 널 바라보는 눈과 네가 날 바라보는 눈이 같았다면 이런 헷갈림들도 없었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며 쿵쾅쿵쾅 발걸음을 이어갔다.

    우울과 씩씩거림을 반복하며 내 생각의 실타래가 꼬일만큼 꼬여버렸을때 비로소 난 나의 침대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나홀로 침대에 누워있자니 상실감은 더 커져만갔다. 난 이마에 오른 손등을 대고 눈을 감았다. 이제 모든게 부질없었다. 이미 물은 엎질러 졌고 주사위는 던져졌으며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내일부터 달라질 우리들의 사이에 대해 걱정이 되면서도 지금 당장 그 녀석이 너무 보고싶어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그리고 그렇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

    2015년 8월에 썼던 글입니다. 옛날 조아요에 썼던 글들을 쭉 읽어보니 내가 이런 글도 썼었나 라고 생각이 들만큼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드네요~

    '나'로 살았지만 결코 '나'로 살 수 없었던 침묵의 2년도 이제 4개월로 줄었습니다.

    이만하면 됐다고 저에게 위로해주려합니다. 다독여주고 괜찮다고 참 잘했다고 말해주려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진 않겠지만 참 고생했고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그거면 된거다 말해 줄겁니다.

    이제 정말 조금만 더 지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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