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행당한 성소수자'의 10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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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취여신 | 2017.04.28 15:29 | 조회 92

    '연행당한 성소수자'의 10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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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건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사유할 여유와 역량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새삼 말할 필요는 없다. 성의 없는 인상평가와 곡해된 사실관계가 난무해도 통제할 방법도 없을 뿐더러, 한편으로는 엄격한 통제를 시도하려 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26일 국회 앞에서 장서연 변호사를 비롯한 활동가들이 문재인의 1) 동성애 반대 선언, 2) 동성애 합법화라는 표현, 3) 그리고 그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그 이후 연행당한 사건에 관하여 "극단적인", "폭력적인", "무례한", "비겁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 그 가능성에 대하여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해 나를 그리고 성소수자 활동가들을 동료로 생각하는 이들, 즉 우리의 모든 친구와 동료들은 확신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글을 쓴다.

    첫 번째, 아무도 문재인의 멱살을 잡지 않았다. 활동가들이 한 것이라고는 무지개 천을 문재인 앞에서 펼치고, "저는 동성애자인데 지금 저를 반대하십니까?"라고 물어본 것이 전부이다. 그러자 바로 경호원들이 문재인을 둘러쌌다. 그 많았던 기자들 중 단 한 명의 기자라도 그렇게 증언하는지 물어보라. 다양한 각도의 영상이 나와 있으니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번째, 문재인이 여러 번에 걸쳐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했고, 이것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문재인이 밝힌 '군 내 동성애에 대한 대답'이었다는 해명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영상에 담겨 있다. 홍준표는 처음에 군대에 대해 질문했지만, 곧바로 "그래서..."라며 말을 자르고 동성애 자체에 대한 반대 여부를 물었다. 그의 질문 대상은 군 내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그 자체였고, 문재인은 그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진정성을 어필하기 위해 "저는 그런 것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실책이든 아니든 간에 이것은 변명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과해야 하는 일이었다.

    세 번째, 대화 끝에 그는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성애는 본래 불법화된 적이 없다. 동성애에 대하여 합법화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자유에 기초한 헌법 정신에 위반되는 문제다. 27일 입장을 낸 것에는 동성애가 찬반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동성애 합법화는 대체 무슨 말인가. 이 발언 또한 명백히 잘못이었다.

    네 번째,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위한 추가적 입법조치나 행정조치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취지였다는 해명에는 문제가 없을까? 만일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성소수자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해소하는 것이 그의 비전이자 공약이어야 한다.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대통령이 되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저 차별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섯 번째, 추행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군 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말에는 문제가 없는가? 이 말은 동성애가 성추행을 비롯한 성폭력의 원인이라는 뜻을 포함하며, 즉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말이다.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반대할 것은 성폭력이지 동성애가 아니다. 바보인가. 그 논리 그대로 여군 관련하여 군 내 이성애도 반대한다고 말해보시라.

    여섯 번째,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명심하자. 사회적 합의는 자연발생 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사회적 합의라는 모호한 말 뒤로 숨는다면 결국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것은 온전히 시민들, 그 중에서도 소수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몫이다.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 인권 문제의 반대 의견을 강화시키며, 지금 당장 해소되어야 할 억압을 묵인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합의가 궁금하다면, 국민 인식에 대한 엄밀한 조사라도 실시해보는 성의를 갖춰라. 무엇보다, 국가의 대내외적 수장이라면 올바른 길을 위해 합의를 직접 이끌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일곱 번째, 성소수자들은 왜 기독교와 보수당과는 싸우지 않는가. 비겁하다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문재인과 싸워줘서 고맙고, 기독교나 보수당에게는 우리가 싸워보겠다. 또 다시 기독교와 보수당이 전방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선동할 때, 그때에는 다 함께 맞서 싸워주겠노라. 무엇보다 성소수자 활동가들은 평생 기독교와 보수당과 싸워왔다. 지나온 역사를 잊지 말라.

    여덟 번째, 경찰의 연행은 정당했는가의 문제로 싸우지 말자. 법리적 해석은 이 사건에서 본질이 아니다. 당연히 각오하지 않았을 리 없고, 그럼에도 부끄럼 없이 당당하다. 실정법에서 위반사항이나, 현행 체포의 긴박성 등을 다투는 것은 더 중요한 이야기를 잊게 한다. 활동가들은 문재인 후보에게 이 말을 하러 간 것이다. 나는 동성애자이고, 당신은 나를 반대할 수 없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여기 있고, 그 존재의 인권을 보장해달라. 그리고 고작 이 말을 하기 위해 연행까지 각오해야 하는 현실. 바로 이것들이 이 사건을 통해 말해져야 할 것들이다.

    아홉 번째, 성소수자 단체들은 언제나 대화채널을 열어놓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과 소속 단위들은 대선 후보들을 상대로 수없이 기자회견을 했고, 공식적으로 후보들에게 요구서를 보내고 면담 요청을 요구했다. 성소수자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논의하지 말고 당사자들을 만나서 대화하자고, 샤방샤방한 웹플라이도 만들어서 젠틀하게 제안드렸다. 무례함은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 성립하는 말 아닐까? 남는 선택지라곤 성소수자를 외면하는 대선 주자들에 대한 침묵뿐인데, 현실은 너무 슬프고 고통스럽다.

    열 번째,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운동을 단순히 괴롭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다양성, 그 풍요로움 자체가 즐겁다. 폭력과 배제로부터 나를 방어하고 싶을 뿐 아니라, 그것이 주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적극적인 자유를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피해자 코스프레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고? 아니. 나는 자유인이기 때문에 싸운다. 협소한 성 테두리에서 재미없게 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성적 고민, 성적 지향과 정체성, 성적 실천을 가지고 살기를 기대한다.

    나는 잘 싸웠고, 반드시 항의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의 동료들이 숱한 비난과 질문들에 무너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촛불 대선이 '당신들의 천국'이 되지 않길 바란다. 무슨 욕을 먹든 나의 친구들, 내 동료들과 함께 꿋꿋이 문제적 현실에서 살아낼 것이고, 또 싸워낼 것이다.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이제 소수자의 삶이고, 이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연행된 시간 동안 몇 번을 속으로 되뇐 말은 이것이다.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 꼭 다르게 만들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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