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법원, 육군의 동성애자 색출에 면죄부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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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취여신 | 2017.04.19 19:45 | 조회 199

    군사법원, 육군의 동성애자 색출에 면죄부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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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 육군보통군사법원은 두 명의 성인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성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그 당사자 중 한 명인 A대위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A대위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 이유는 성행위를 한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밖에 없다.

    군형법상 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을 받는다(군형법 제92조의6). 위 조항은 성인 간의 합의된 성관계를 형사처벌한다는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그 합헌성이 의심되어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군사법원 스스로도 2008년에 위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최근 2017년 2월에도 인천지방법원에서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이루어졌다. 동성 간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성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은 동성애자를 근거 없이 박해하는 대표적인 법률로서 미국에서 2003년도에 위헌으로 선언되었고, 현대 구미 선진국에서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십수년간 위 조항을 근거로 실형을 받은 군인은 단 한 명도 없다. 대다수 법무관이 성인 간의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기 꺼렸기 때문이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이중잣대

    이처럼 A대위의 행위를 처벌할 정당성 자체가 없기도 하거니와 A대위에게 어떤 구속사유가 있는지도 대단히 의심스럽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 제3호), 이 경우에는 어떤 구속사유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우선 구속된 A대위에게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다. 과거에 이루어진 성관계에 대해서 군검찰이 혐의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성관계의 상대방과 문자메시지 등 핸드폰을 통해 연락한 내용 이외의 것을 상정하기 어렵다. 핸드폰은 이미 확보가 되었고, A대위가 더는 인멸할 증거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A대위에게 도망할 염려는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러나 A대위는 영내 생활자이다. 군생활이 계속 중인 이상 도망할 염려가 없음은 명백하다. 혹시 군사법원은 A대위가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도망할 염려가 있을 수도 있다는 고려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군사법원은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군인의 재판은 그 혐의의 경중을 불문하고 "구속재판"을 원칙으로 하는가? 더군다나 A대위는 전역 후 안정된 직업 활동이 예정되어 있어 전역 후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었다.

    다른 사례와 비교해 보면 그 문제는 더욱 명백하다. A대위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직전에 군사법원은 한때 만났던 여자친구를 감금 폭행하고, 흉기로 살해 협박한 현역 육군 소령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같은 흉악한 범죄에 대하여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던 군사법원이, 상대방의 완전한 동의하에 성행위를 하여 타인에게 그 어떤 피해를 끼치지 아니한 A대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 성행위가 단지 "동성 간의" 성행위라는 이유다. 군사법원의 동성애에 대한 이중잣대는 우리의 정의관념을 송두리째 흔든다.

    이처럼 군사법당국은 처벌의 정당성도 없고, 구속사유도 없으며, 다른 구속영장 기각례에 비추어 가벌성이 현저히 약한 A대위를 구속함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의식만을 드러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와 같은 혐오와 차별의식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신체적 자유를 침해하는 형태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신체적 자유의 제한에 관한 영장주의 원칙을 형해화시킨 군사법당국이 인권과 정의의 확립이라는 헌법적 사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군형법 제92조의6의 적극적 적용 배경과 군사법원의 존재의의

    누구나 그렇듯 A대위는 상대방과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행위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 헌법은 성인 간에 합의된 성관계를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하고 있고, 이는 국가의 간섭에서 절대적으로 자유로워야 하는 가장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이다. 이를 예외적으로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이 숱한 위헌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 조항이 "군기문란을 예방한다"는 입법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 아니라, 군사법원이 합의하에 이루어진 동성간 성행위에 대하여는 위 조항을 소극적으로 적용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2017년에 이르러 군사법원은 위 조항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위 조항의 적극적 적용을 천명하였다. 군사법원의 이러한 변화의 배경이 무엇인지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즉, 육군참모총장이 육군의 동성애자를 '색출'할 것을 지시하였고, 군사법원이 육군참모총장의 눈치를 보아 과거의 관행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는 것이다. 군사법원은 군대에서 장병들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육군참모총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면 그 독립적 지위를 통하여 그 지시에 제동을 걸어야 마땅했다. 군사법원이 오히려 육군참모총장의 눈치를 본 것이 사실이라면 그 존재 가치인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한 것으로 비난과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군형법 제92조의6의 적극적 적용은 위 법조항에 애초에 존재하지도 아니하였던 정당성을 한층 더 빼앗아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육군참모총장의 눈치를 보면서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형해화시키고, 합의된 성관계를 색출해내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남용한 군사법원은 스스로의 명예에 먹칠하였다. A대위에 대한 구속영장의 발부는 군형법 제92조의6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표로서 역할을 할 것일 뿐 아니라, 추후 군사법원의 폐지론의 주요한 근거가 되고 말 것이다.

    월요일의 구속영장 발부로 군사법원에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법이 회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느낀다. 대단히 애석하고 애도할 만한 일이다. 2017년의 대한민국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시대착오적인 구속영장을 발부한 군사법원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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